하지만 현실에서는 특수상해에 연루되어 처벌을 받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동거인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를 들고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며 수차례 폭행하여 기소된 40대 남성이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는가 하면 홍두깨를 이용해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한 60대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검찰은 해당 남성에 대하여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태다.
특히 술자리에서는 이러한 범죄가 더욱 자주 발생한다. 술에 취해 자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주변의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다치게 만드는 것이다. 직장 동료와의 회식 자리에서 소주병을 집어 던져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A씨, 술병을 사용해 상대방의 머리를 때린 B씨, 지인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다 거절당해 흉기로 난동을 부린 C씨 등 술을 마시다가 특수상해 범죄를 저질러 기소되거나 처벌받은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반드시 흉기를 사용한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피해를 주었다면 특수상해가 성립하게 된다. 술자리에서 사용하는 유리병이나 유리 술잔은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물건이라 하더라도 그 재질과 모양, 쓰임새와 의도 등을 고려했을 때 특수상해에서 말하는 ‘위험한 물건’으로 분류된다. 판례에 따르면 얼음물을 가득 담은 플라스틱 피처통나 도자기로 된 재떨이, 고기 굽는 석쇠 등을 위험한 물건으로 보고 특수 범죄의 성립을 인정한 바 있다.
음식물이라 하더라도 그 상태와 사용 방법 등에 따라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운 음식을 상대방에게 끼얹어 화상을 입히거나 한다면 충분히 특수상해가 성립한다. 직장 동료에게 얼린 과일이 담긴 비닐백을 집어 던진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해당 물건이 사람의 생명, 신체를 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판단하여 특수상해 혐의를 인정했다.
유앤파트너스 이준혁 경찰출신변호사는 “특수상해는 처벌이 매우 무거운데 비해 그 성립 범위가 상당히 넓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누구나 순식간에 연루될 수 있는 범죄다. 설령 상대방의 도발이나 잘못으로 ‘욱해서’ 행동한 것이라 하더라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술자리 다툼이나 갈등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또한 “단, 상해의 정도가 경미할 때에는 이를 특수폭행으로 볼 것인지 특수상해로 볼 것인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적용되는 혐의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여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숙 기자 news@thepowe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