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정폭력이혼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가해자가 또다시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이혼 절차를 밟는 동안 가해자와 피해자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우리 법은 접근금지 가처분이나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명령 등을 이용해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법을 잘 알지 못할 경우, 있는 제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신체적인 구타를 가하는 대신 정신적인 폭력을 가하는 방식의 가정폭력도 늘어나고 있다. 이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멍이나 상처 같은 흔적이 남지 않는데다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기 어려워 피해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 ‘가스라이팅’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스라이팅이란 정서적 학대의 일종으로 상대방을 통제하기 위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도록 만들고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가스라이팅을 포함한 정서적 학대, 폭력 행위 역시 모두 가정폭력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모욕이나 비난, 일방적인 대화 거부, 무시, 의사결정권의 침해 등 다양한 행태가 있으며 주위 사람들과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통제를 한다거나 물건을 부수고 집어 던지는 행위 등도 전부 가정폭력으로 볼 수 있다.
단, 민법에서는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때’에 가정폭력이혼소송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러한 정서적 학대의 수준이 ‘심히 부당한’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통화 또는 대화 내역을 녹취한다거나 문자메시지 등을 캡쳐하여 상습적인 폭언에 시달렸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또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진료 내역, 피해 상황과 사실을 상세히 기술한 일기장 등도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법무법인YK 강상용 이혼전문변호사는 “사실 꾸준한 학대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판단력이 흐려진 피해자가 스스로 가정폭력이혼소송의 필요성을 깨닫고 이를 진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사건건 모든 면에서 배우자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자신의 인지능력 등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면 정서적 학대를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가 의심된다면 신뢰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심리적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는 한편, 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해 안전하면서도 신속하게 이혼 절차를 밟아가야 한다. 스스로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용기를 내어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지숙 기자 news@thepowe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