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판례가 등장했다. 남편 A씨와 아내 B씨는 2002년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가정을 꾸려왔다. 하지만 혼인 초부터 줄곧 불화를 겪어 왔으며 결국 B씨는 A씨와 다투던 중 “우리는 부부가 아니다”라는 폭언을 듣고 집을 나가 별거를 하게 됐다. 별거한 상태로 약 4년간 생활해 오던 이들 부부는 2018년 4월, B씨의 이혼청구로 인해 이혼소송절차를 밟게 됐다.
그런데 한창 이혼 소송이 진행되던 중인 2019년 1월, B씨는 등산모임에서 알게 된 C씨와 애정행각을 벌이게 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C씨가 자신의 아내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C씨에 대해 정신적 손해배상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했다.
부부 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을 때,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와 그 상대방은 다른 배우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이미 이 부부의 공동생활이 파탄의 지경에 이르러 더 이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라고 보았다. 이처럼 혼인 생활이 파탄에 이르렀을 때에는 부부 사이의 성적 성실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설령 배우자가 아닌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이를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가 C씨에게 청구한 위자료소송은 기각됐다.
법무법인YK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이혼전문변호사 박수민변호사는 “이혼소송은 어디까지나 각 부부의 개별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많아 이 판결 하나만 가지고 모든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당사자가 ‘혼인생활이 이미 파탄에 이르러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해도 재판부의 판단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수민변호사는 “따라서 이혼소송절차를 진행하던 중 부정행위를 포함하여 이혼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 문제가 새로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지, 이혼소송에서 보다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다각도로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숙 기자 news@thepowernews.co.kr